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2019~2023)’을 발표했다. 박물관·미술관의 양적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공성 강화와 전문성 심화,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3대 목표 아래 추진할 16개의 전략 및 핵심 과제 중 일부다.
문제는 ‘모두가 누리는 박물관·미술관’ 전략에 포함된 박물관·미술관 확충 계획이 과연 미래지향적인 것인지 의아하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공립 및 사립 박물관·미술관 수는 이미 1124개에 달한다. 5년 전에 비하면 약 23%나 많은 수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최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전. 공공성과 대중성을 조화롭게 살린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시립미술관
그러나 국민의 박물관·미술관 이용률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2018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박물관·미술관 이용률은 16.5%이다. 2010년(14.8%) 대비 1.7% 상승했으나, 16.6%였던 2014년에 비해선 오히려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체부는 2023년까지 186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추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873개인 박물관은 1013개로, 미술관은 251개에서 297개로 늘어난다. 그리 되면 박물관·미술관 이용률이 지금의 2배 수준인 30%로 올라설 것이라는 게 문체부의 예상이다.
문체부가 목표로 삼은 30%는 ‘2018 문화향수 실태조사’에서 비교 대상이었던 주민자치센터 이용률(30.4%)과 비슷하다. 물리적 접근성이 용이한 공간이다. 때문인지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에도 접근성은 지역 간, 계층 간 격차 해소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미술관 이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변별력 있는 내용이다. 관람비용, 거리, 통행시간 등은 후순위다. 이는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다소 멀고 불편하더라도 기꺼이 방문한다는 것이요, 가까워도 흥미롭지 않다면 거리를 둔다는 얘기다. 주민자치센터 이용률이 높은 것도 정보화 교육에서부터 문화예술 강좌까지,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채롭고 실속 있는 콘텐츠를 저렴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나, ‘안’을 무엇으로 채울까라는 과제는 박물관·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아니, 본연에 충실해 성공적으로 이용률을 올린 예도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간송미술관이나 색깔 있는 전시로 흥행을 이어 온 대림미술관, 근래 안은미래전과 데이비드 호크니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대표적이다. 2013년 대구미술관이 개최한 구사마 야요이전을 전국에서 33만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 또한 작품의 질이 높고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 덕분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계획에는 새롭게 개관하는 박물관·미술관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박물관·미술관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지어만 놓으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결론만을 담고 있다.
박물관·미술관 이용률이 저조한 건 박물관·미술관이 부족해서라기보단 콘텐츠가 변변치 못해서이다. 너도나도 만들었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해 하루 방문객이 수십명에 불과한 박물관·미술관이 수두룩하고, 야간 개장까지 감행했지만 인건비와 시설비만 쌓이는 ‘적자’ 공립미술관이 적지 않은 현실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발 있는 것만이라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 ‘속’ 없는 껍데기에 불과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부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지금도 넘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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