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자연에 가까운 건축. 구엘 공원의 열주 회랑.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우디를 떠올린다. 마치 도시 자체가 한 건축가의 이름으로 등식을 성립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가우디가 제자들에게 남긴 중요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이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질서를 갈구하는 건축가는 신의 업적을 모방함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독창성은 창조의 근원에 가능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과학과 기술을 통해 기발한 것을 만들 수 있다 할지라도 그것의 바탕이 되는 재료는 항상 자연으로부터 온다. 공기나 빛, 광물 등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들 모두 인간이 무에서 창조한 것은 없다. 창조의 주체는 조물주인 자연일 뿐이다. 또한 자연에는 무수히 상호 작용하는 관계성이 존재한다. 식물의 광합성이나 먹이사슬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기능이 다른 것들의 존재를 성립하게 하고 그것들의 복합적인 체계로 자연은 이루어져 있다.
가우디는 그러한 관계성의 차원을 한 단계 확장하고 자연의 요소들을 표현이 아닌 원리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사진은 가우디가 1914년에 완성한 구엘 공원 한쪽 언덕 하부를 들어내 열주로 떠받친 산책로이다. 마치 나무줄기같이 기울어진 기둥들은 공원 내 도로를 내기 위해 파쇄한 쓸모없는 돌들을 사용하였다. 기둥 상부에는 주변에 자라고 있던 야자수를 심고 돌기둥 위에 놓인 뿌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둥 안으로는 물이 흐르게끔 만들었다. 지면으로부터 나온 돌을 인간의 지혜를 활용하여 건축함으로써 야자수가 자라는 자연의 일부로 다시 환원시킨 것이다.
조경과 건축의 구분이 의미 없고 땅 자체가 건축인 구엘 공원은 구석구석이 이러한 가우디의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건축을 자연과 조화시키는 방식, 디자인을 자연으로부터 차용한 것을 보고 종종 ‘아르누보’ 건축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르누보 건축은 식물이나 동물의 표면적 형태를 모티프로 장식화하는 것에 비해 가우디의 건축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내재된 질서를 자연에 근접시키고자 하였다. 자연을 담고자 하는 그의 수법은 그것을 이론이나 공식으로 파악하는 과학자이라기보다 직관에 의해 파악하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는 장인에 가깝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감각에 의존하게 되고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한 것이다.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금욕생활과 작업에만 몰두한 가우디는 공사현장 앞에서 전차에 치여 1926년 78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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