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꽤 거창하다. 거기에 속아 실제 작품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디에 쓰는 건지도 모를 물체들이 고인돌이나 탑처럼 심각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가벼운 말장난에 속은 기분이지만 작품이 풍기는 진지함에 대놓고 딴죽을 걸 수는 없는 상황이랄까.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고고학’을 위해 사진가 권도연은 아이들의 역할 놀이처럼 스스로 고고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함께 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놀이터로 산책을 나가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팠으니 말이다. 주택가 땅 밑에는 스티로폼, 컴퓨터 부품, 캔 등 고만고만한 물건들이 숨어 있었다. 때로는 땅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무나 지우개 따위를 덤으로 얻기도 했다.
작가의 눈속임은 감쪽같아서 버섯처럼 보이는 고인돌은 스티로폼이고, 무처럼 보이는 녀석은 감자인 경우처럼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사진 속 대상의 실제 물성을 맞히려 한다면, 소꿉놀이에 쓰는 청진기가 사실은 숟가락이라고 우기는 것만큼이나 반칙이다. 버려짐으로써 더 이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사물들을 새롭게 호명하는 일이 작가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을 전공한 자신이 사진을 찍고 있듯이 지우개의 운명은 꼭 지우기 위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진다. 그 과정을 통해 단단하게 고정된 의미의 통념에 작은 균열을 내는 일이 작가의 임무라고 여기는 듯도 하다. 이번 전시의 영문 제목은 ‘The Art of Shovel’. 우리말로 옮기면 ‘삽의 예술’ 정도겠으나, 더 냉정하게는 ‘삽질의 예술’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작가란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기 위해, 부단히 ‘삽질’하는 쓸모없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 쓸모없음을 권도연은 엉뚱한 방식으로 찬양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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