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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관식이 엄마

그녀의 노란리본이 또 눈에 들었다. 리본은 의자 뒤에 걸린 배낭에 가만히 달려 있었다. 내 가방에도 달린 똑같은 노란리본이지만 그녀의 것을 볼 때마다 뭉클한 기운이 하나 더해진다. 이제 다시 오는 ‘그날’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관식이 엄마’로 불린다. 엄연히 세 글자 이름이 있음에도 어디서든 그리 불리는 것에 각별하고도 애틋한 감흥을 품는다. 자식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열린 정신과 전문의 및 치유자 정혜신씨와 영감자 이명수씨 초청 ‘당신이 옳다’ 치유콘서트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관식이 엄마 정미희씨의 배낭에 노란리본이 달려 있다. ⓒ임종진


관식이는 12년 전 5월 어느 날 엄마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던 중 당한 교통사고 탓이다. 그녀는 오래도록 절망했다. 수도 없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원망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바다에 침몰했다. 그녀는 수많은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또다시 가슴이 무너졌다. 무심한 정부에 분노했고 생이별에 우는 가족들의 눈물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았다. 결국 그녀는 안산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마음을 살피는 ‘치유공간 이웃’의 식구가 되어 온 힘을 쏟아냈다. 관식이가 엄마의 등을 떠밀어 응원하고 있음을 느낀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확인했다. 더없이 아름다운 치유자이자 관식이 엄마인 그녀의 이름은 ‘정미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으로 구성된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는 최근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전면 재조사를 위한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4월의 봄은 시린데 다섯 번째 4월16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노란리본은 아직 기억 저편으로 보낼 때가 아니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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