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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강아지가 있는 풍경

필리핀 마닐라 외곽 산호세 델몬테 타워빌 지역의 한 골목길 풍경. 2019·10. ⓒ임종진

 

참새 한 마리가 사무실 창문에 부딪쳤다. 둔탁한 파열음이 거칠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한 뼘 남짓한 난간에 쓰러진 참새는 파르르 몸을 떨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하필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던 터라 시선을 돌릴 겨를도 없었다. 심하게 다친 듯 목 부위가 뒤로 꺾인 참새를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사무실을 빠져나와 잠시 허둥대다가 거두어 주기라도 할 생각에 다시 창가로 향했다. 참새는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 3층 아래로 떨어졌을까 내려가 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날갯짓을 했겠지만 그 몸 상태로는 멀리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하루 전 가족들과 시골길을 운전하다가 로드킬된 동물을 네 마리나 목격했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다. 하루 종일 무거운 기운을 달래며 잠시 기억 하나를 들추었다.

 

지난해 가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40여㎞ 떨어진 도시빈민촌인 ‘타워빌’ 지역에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 도시빈민 강제이주계획으로 쫓겨왔거나 자연재해 등으로 정착한 사람들까지 더해 7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사람과 반려동물들이 서로 엉키고 붙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동물들은 사람이나 자동차가 지나가건 말건 골목길 자리 하나씩 차지한 채 호기롭게 앉아 있었다. 생명체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삶의 터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일부러 한나절 가까이 지켜보기도 했다. 소소한 풍경이 주는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

 

바람에 봄꽃 향기가 짙다. 만물의 생성으로 들뜬 감흥을 누르고 잠시 모든 생명의 기운에 고개를 숙여본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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