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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오랜 아침 풍경

매일 아침 한 ‘아이’의 전화가 걸려온다. 햇수로 10년이 꽉 찬 오랜 일상이다. 내용은 거의 같다. “삼촌! 보고 싶어요. 우리 언제 만나요?”로 시작해 예외 없이 “꼭 다시 만나요”라는 인사로 마무리된다. 분주한 아침 시간인 탓에 차분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전화가 없는 날은 허전할 정도로 익숙한 일과다. 아이의 이름은 ‘서희’. 서울 소재 한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 봄 처음 만났다. 당시 갓 스무 살을 넘겼던 아이는 이제 서른 살 ‘어른’이 되어 있다.


2010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사진치유프로그램에서 서희가 찍은 나무 사진. ⓒ박서희


서희는 선천성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몸은 이미 어른이 된 지 오래지만 세상에 대한 인지능력은 예닐곱 살 정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놀이에 재미를 붙이게 된 후 서희는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바깥나들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런 서희의 모습을 보는 일은 내내 흥미로웠다.


‘나는 큰 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무를 많이 찍고 싶었다. 나무에 내린 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키 큰 나무를 카메라를 대고 위로 보면서 찍는 것이 재미있었다. 잎사귀가 하나하나씩 반짝이는 모습을 찍었다. 잎사귀가 귀여웠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함께 전시회를 열던 날 자신의 사진에 붙인 짤막한 글이다. 온 세상과 마주하며 가뜩이나 커다란 두 눈으로 환하게 웃던 서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서희가 바라보는 세상이 더 풍성하게 초록으로 채워지면 좋겠다. 내일 아침 다시 걸려 올 서희의 전화가 기다려진다. 둘 사이에 공유되는 오랜 아침 일상이 즐겁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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