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지막 밑반찬. 2019. ⓒ임종진
어버이날 다섯 살 딸아이에게서 꽃편지를 받았다. 동년배 친구들은 자녀 대부분이 대학생이거나 성년이 되었는데 아마도 이날 손편지의 ‘맛’을 진즉에 다 보았을 터였다. 비록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손길로 잘 다듬어져 있긴 했어도 뒤늦은 나이에 어린 딸아이의 사랑 가득한 선물을 받고 보니 뭉클한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다.
뭉클함의 이유를 하나 더 대자면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체취가 덩달아 그리워져서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2년 전에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먼 길에 드셨다. 숨을 멈추시던 새벽 그 긴 시간 동안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한없이 흘리던 눈물도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아직도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밑반찬이 냉장고 깊숙이 보관되어 있다. 임종하시기 6개월 전에 직접 만들어 주신 멸치와 콩을 볶은 각각의 반찬을 아끼고 아끼다가 아예 더 먹지 못하고 그대로 둔 것이다. 지난달 집 이사를 하는 기회에 이제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오늘 아침 이 화석처럼 빛이 바랜 데다 당연히 먹을 수도 없는 두 개의 반찬을 꺼내어 모처럼 살펴보았다. 당신의 손길을 가슴으로 다시 느끼며 더 잘 모시지 못했다는 회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나눈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가만히 가슴을 다독여 주었다. 당신의 손으로 빚어내신 그 수많은 손길이 모여 결국 내 삶의 근원이 되었음을 느끼는 오늘. 딸아이의 손을 가만히 매만지고는 잠시 그리움에 들어본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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