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축제에 참가한 오유순 할머니(왼쪽)와 비영리민간단체 ‘마포희망나눔’의 김은주 사무국장이 흥겨운 춤솜씨를 뽐내고 있다. 마포희망나눔은 서울 마포구의 한 지역에서 지역민들 사이의 연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민단체이다. 2019·5. ⓒ임종진
보기에 너무 좋아 감동이 일렁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면 기분 좋은 여운도 오래 남는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카메라를 들곤 한다.
얼마 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마을잔치가 열렸다. 어린아이들과 연세 높은 어르신들 그리고 여러 가족이 한데 모여 함께 흥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들 중 유난히 시선을 끄는 참가자들이 있어 짬이 될 때마다 그 옆에 가까이 서서 모습을 지켜봤다. 살아온 세월이 70~80년은 족히 넘었을 동네 할머니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할머니들은 사물놀이패의 구성진 장단에 맞춰 소싯적 솜씨를 자랑하시며 흥겹게 춤을 추셨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오유순 할머니(83)는 점점 솜씨의 수위를 높이시더니 곱게 화장한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춤판을 거두지 않으셨다. 숨겨둔 끼를 죄다 꺼내시려는지 한번 리듬을 탄 할머니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사물놀이패의 가락장단이 끝나고 잠시 호흡을 고른 할머니들은 동네 아빠들이 만든 밴드의 연주와 노래가 시작되자 눈치 볼 것 없이 바로 몸을 일으키셨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때문일까. 할머니 옆으로 몇몇 중년의 여성들이 질세라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저만치 눈치를 보며 웃기만 하던 꼬맹이들도 흉내를 내며 합세하기까지 했다. 지켜보는 주변인들 모두를 들뜨게 만드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마치 내 어머니를 바라보듯 모두가 꽃처럼 사랑스러웠다.
함께하는 사람 모두의 흥겨움에 덩달아 내 카메라도 춤을 추었다. 정작 사진 솜씨가 부족한 탓에 이 춤사위의 흥을 충분히 담아내기는 어려웠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실재’의 순간은 온전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춤바람이 선물처럼 다가온 그날 모처럼 가슴이 뛰었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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