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구석기 예술은 제의(祭儀)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신성한 느낌이 있었다. 농경문명이 시작되고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기법이 등장하면서 점차 신성함이 사라졌다. 산업혁명 이후 사진 기술이 발명되자 탁월한 모방도 설 자리가 옹색해졌다. 사진 덕분에 모방의 압박에서 해방된 예술가들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구석기 벽화가 발견되었다. 동시에 아프리카와 태평양 부족들의 예술품들이 소개되었다. 이 예술품들을 통해 예술가들은 그동안 잊었던 예술의 신성함에 새롭게 주목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포토샵 같은 디지털사진 조작 기술이 없었기에 그림은 신비로움과 신성함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수월한 방식이었다.
인상파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고갱과 고흐, 세잔은 소묘 중심의 기존 아카데미 형식을 부정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도모했다. 고흐는 내 안의 신비로운 감성에 집중했다. 고갱은 원시적 본성을, 세잔은 감각지각의 본질을 주목했다. 이들의 의도와 방식은 피카소와 마티스에 이어졌고 표현주의와 개념주의 예술을 낳았다.
구석기 예술가들도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았다. 수만년 전의 조각인 ‘사자인간’에서 보듯 사람과 사자의 신체 요소로 분리하고 재배치함으로써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구석기인들은 ‘사자인간’ 같은 새로운 상상력에 신성함을 부여해 집단을 유지하고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을 것이다.
빠르게 급변하는 현대, 예술가들은 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현대 예술가들에게 현실을 모방하는 기존 예술보다 신성함을 창조하는 구석기 예술이 더 매력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 미술은 고전 미술이 아닌 구석기 예술을 새롭게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대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구석기 예술에 주목해야 한다.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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