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토기(사진)는 신석기 농업 문명을 대표한다. 수렵채집에서 농업으로 전환되자 수확한 곡식을 저장할 용기가 필요해졌기에 신석기 사람들은 토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빗살무늬토기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다. 진흙을 적당히 반죽한 다음 둥글고 긴 띠를 만든다. 이 띠를 빙빙 돌려 그릇의 형태를 만든다. 그릇의 형태가 완성되면 표면에 진흙을 발라 평평하게 만든 다음 장식적인 무늬를 새긴다. 마지막으로 그늘에 말리거나 불에 굽는다.
초기에는 토기를 땅에 묻었기 때문에 아래를 둥근 모양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표면에 새겨진 촘촘한 무늬다. 자세히 보면 토기마다 무늬가 다르다. 사실 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작업은 무늬 새기기이다. 그럼 신석기인들은 왜 그토록 정성껏 무늬를 새겼을까? 여기서부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디자인의 주요 키워드이다. 브랜드(brand)는 태우다(burn)와 어원을 함께한다. 옛날 사람들은 인두로 가축에게 낙인을 찍어 자신의 소유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브랜드는 소유를 의미한다. 이 ‘낙인=브랜드’라는 인식은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소비를 위한 상품 기호가 되었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고민한다. 거꾸로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브랜딩에 정성을 기울인다.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소유 개념이 시작되었다. 토기를 만들어 곡식을 저장했기에 ‘저장된 곡식이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임을 확인하기 위해 토기 표면에 무늬를 그려 넣었을 것이다. 토기가 저장을 의미한다면 빗살은 소유를 의미한다. 소유가 가족에서 부족으로 확대되면서 무늬도 점차 복잡해졌을 것이다. 장인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정성껏 무늬를 그려 넣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조상은 장인이다. 그 당시 장인을 디자이너로 생각한다면 빗살무늬토기의 복잡한 빗살무늬는 신석기시대 브랜딩 작업이 아니었을까.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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