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베 동굴 벽화(왼쪽)와 아스퍼거 증후군 나디아의 그림(오른쪽).
동굴 벽화를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기록이 없기에 당시 그림을 그린 예술가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볼 수 있을 뿐이다. 동굴 벽화는 동굴 깊숙한 곳에 그려져 있다. 구석기인들은 주로 출입이 용이한 입구에서 생활했기에 벽화가 그려진 장소가 깊숙하다는 것은 특별히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의미다. 마치 현대의 성당이나 신전처럼 신성한 장소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동굴 벽화는 사제나 제사장처럼 신성한 공간을 관리하는 주술사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주술사의 성별이다. 미술사학자 양정무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오래된 조각에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주술사는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단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자폐증이라 불리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말을 잘하지 못한다. 반면 이미지 사고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겪는 생생한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인 템플 그랜딘은 뛰어난 동물학자이자 축사디자이너다. 그녀는 동물들이 이미지로 사유한다고 주장하며 동물 입장에서 축사를 디자인한다. 기억력이 뛰어나기에 도면의 도움 없이 오로지 상상만으로 완벽한 디자인을 해낸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나디아는 생후 2년6개월 때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묘 능력은 정확하고 생생했다. 나디아가 그린 말은 마치 쇼베 동굴 벽화를 연상시킨다. 나디아의 그림을 분석한 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는 문자가 없던 인류의 마음이 아스퍼거 증후군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추론했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동굴 벽화를 그린 주인공의 직업은 주술사이고 성별은 여자이며, 그림으로 사유하고 기억력이 뛰어난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정을 통해 여성 화가가 드물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정신장애로 취급해온 인류의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위 ‘문명’이라 불리는 문자 이후 시대가 과연 문명적인지.
<윤여경 디자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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