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번스타인, ‘the Approach’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이곳과 이 장면이 왠지 익숙하다. 사진 속 그는 길을 잃어버린 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누구인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하게 어딘지, 누구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몽환적인 풍경은 답답하고 불안하면서도 음울하다. 들여다볼수록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궁금해서 자꾸만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이 묘한 끌림은 마치 꿈속 같다.
수잔 번스타인(Susan Burnstine)은 사진으로 꿈의 세계를 묘사하는 사진가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카메라도 손수 제작한다. 잡동사니 플라스틱 상자에 중고 카메라 부속품을 고무로 연결한 이 수동 카메라는 너무 단순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무려 스물한 대의 카메라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렌즈의 초점은 잘 맞지 않고 상은 왜곡된다. 그러나 둔한 카메라의 성능은 작가의 즉흥적인 느낌과 촬영 당시의 우연성이 만나 꿈의 세계와 더욱 흡사해진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난 이후 작가는 유년 시절에 겪었던 수면장애에 다시 시달려야만 했다. 어렸을 적 고통스러워하던 딸에게 꿈을 두려워하지 말고 되짚어보라고 권했던 엄마의 조언처럼, 작가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기억과 느낌을 사진 속에 담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진은 그렇게 꿈에서의 만남과 그리움, 불안을 현실 세계에 붙들어 두는 그만의 방식이 되었다. 더 이상 몸은 볼 수 없다 해도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믿음의 산물이기도 하다. 작가가 ‘존재의 부재’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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