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삼척고정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 고 김태룡씨가 처음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찍은 사진. 2017.2.
38년 만에 다시 바라본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취조실 창문. 지난주 이야기의 주인공 고 김태룡씨가 생전에 직접 찍은 사진이다. 처음에 그는 자신에게 고문수사가 행해졌던 취조실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욕조와 세면대, 침대 등 고문도구로 쓰인 내부 시설 일체가 대부분의 모든 취조실에서 사라져 있기 때문이었다. 박종철 열사가 숨진 곳으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509호를 자신의 방이라 ‘우기는’ 촌극도 있었다.
그는 기억을 계속 더듬었다. 당시 수사관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 겨우 주먹 하나 들어갈 넓이의 저 창문에 얼굴을 댔던 순간을 떠올렸다. 전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가늠할 길 없는 이곳이 전철역 어디쯤이구나 싶었다던 기억. 열다섯 개의 취조실 중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은 서쪽 끝부분에만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방’을 찾았다. 온몸이 해체되는 고통이었다는 짧은 증언이 좁은 내부를 흔들었다. 멀쩡한 직장에 다니다가 난데없이 고정간첩이 되어 ‘시커먼’ 차림의 기관원들에게 끌려갔던 곳. 자신만을 바라보던 순한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과도 헤어져야 했던 잃어버린 세월이 시작된 곳. 그곳을 계속 마주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억누른 공간과 끊임없이 ‘직면’하면서 도리어 안정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실로 당당하고 용감했다. 두려움과 분노를 조금씩 덜어내면서 되살아난 그의 웃음은 젊은 청년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맑았다. 허망하게 명을 접은 고인의 삶을 기리며 그가 보여준 생의 의지를 되새겨 본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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