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하나. 사진 속 누군가의 어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거나 한 점 잡숴 봐아! 배고프잖여어?” 오랜만에 만난 옛 지인을 향한 반가움 가득하게 건네셨을 말인사가 그대로 들렸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우셨던 듯 쑤욱 팔을 내밀어 가래떡 한 점을 권하시는 어머니의 온정이 방앗간의 후끈한 열기를 더욱 채워주었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진 기운이 모락모락 따사롭기만 했다.
전남 장흥군 장평면 선정리의 동네 방앗간에서 조희철씨가 찍은 어머니의 모습. 2013·12.
상황 둘. 이 사진을 찍은 당사자이자 주인공 어머니 아들의 마음도 말을 걸어왔다. “아휴! 초점도 나가고 빛 노출도 안 맞고. 엉망이네요.”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넋을 놓다가 부랴부랴 셔터부터 눌렀다는 그는 내심 실망한 눈치였다. 그러나 엉망일 이유도 잘 못 찍은 사진도 아닌, 사진 자체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의 눈길이었음을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에둘러 표현한 아쉬움마저 당신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2013년 12월28일 오전. 한 시골 동네 방앗간의 소박한 풍경이다. 관악구청 주무관으로 있는 조희철씨(46)는 울컥거리는 감동이 있는 그날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연로한 두 부모님을 가슴에 담는 시간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그사이 부친은 임종하셨지만 올해 여든이 되신 위질순 어머니는 평생 하시던 대로 여전히 농사일로 소일하신다. 지금까지 희철씨의 사진들에는 무엇이 담겨졌을까. 몸과 마음을 함께 들일 때 사진은 도구가 아니라 사랑이 된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사진은 사랑’이다.
<임종진 사진작가·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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