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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날개 달린 존재들


예수와 4복음서 저자들, 12-14세기, 생 트로핌 대성당, 아를르, 프랑스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가면 날개 달린 존재들이 출몰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채색사본, 팀파눔, 조각상 등에 나타나는 그들은 4복음서 저자들이다. 특히 초기 기독교에서는 복음서 저자들을 날개 달린 피조물로 표현했다. 마태는 날개 달린 사람으로, 마가는 날개 달린 사자로, 누가는 날개 달린 황소로, 요한은 독수리로 그려지곤 했다.


마태복음은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와 같이 예수가 콩가루(?) 같은 인간 족보를 가졌다는 사실, 즉 예수의 인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을 상징물로 사용했다. 마가복음은 서두가 사자의 포효하는 울음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 요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사자를 상징물로 삼았다. 전설에 따르면, 사자는 죽은 지 사흘 후에 새끼 사자로 다시 태어난다 하여 초대 기독교도들은 사자를 무덤에서 사흘 만에 부활한 그리스도라고 여겼다.


누가복음은 유대 제사장 스가랴가 예루살렘의 성소에서 희생제물을 바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희생의 상징인 황소는 누가와 그리스도의 열정에 꼭 맞는 상징이 됐다. 요한복음은 창공을 나는 독수리처럼 예수의 신성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에 독수리를 상징으로 사용했다. 고대 전설에 독수리는 주기적으로 태양 가까이 날아가 낡은 깃털과 시력을 새롭게 하고 다시 돌아와 낡은 옛것을 호수에 버린다고 믿었다. 그런 이유로 부활과 승천을 의미했던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저술가들이 파고들지 못할 만큼 복음이 심오하고 난해해서 신학의 독수리로 생각하게 됐다.


특히 마가를 상징하는 사자는 베니스의 아이콘이 됐다. 9세기에 베니스의 몇몇 상인들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가의 시신을 몰래 빼내 베니스로 옮겼다. 이리하여 마가는 베니스의 수호성인이 됐고, 그에게 봉헌된 웅장한 대성당과 광장은 이 호반의 도시가 내세우는 자랑거리가 됐다. 


베니스 마르코 성당의 사자상은 책을 펼쳐 보이고 있다. 평화로운 시대에는 책이 펼쳐져 있고, 위태로운 시대에는 책이 덮여 있다고 한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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