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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조각가 베르니니를 아시나요


베르니니, 다비드, 보로게제미술관, 로마

 


르네상스 조각의 거장이 미켈란젤로라면, 바로크 조각의 거장은 베르니니였다. 모든 면에서 미켈란젤로와 비견되는 베르니니(1598~1680)는 미켈란젤로만큼 오래 살았고, 산 피에트로 광장을 설계할 만큼 바티칸과의 인연도 상당했다. 그뿐 아니다. 그 역시 미켈란젤로처럼 다비드 상을 제작했다. 물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에 가려 빛을 덜 보았지만, 역동성과 활기에 관한 한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완벽하다.



다비드, 즉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미술사의 흔한 주제다. 유대의 두 번째 왕 다윗은 음악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인물로 솔로몬의 아버지다. 양치기였던 어린 다윗은 전장의 형들에게 양식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사울과 블레셋의 전쟁을 목도한다. 이때 블레셋 거인 골리앗이 다가와 일대일로 싸워 패배한 편이 노예가 될 것을 제안한다. 골리앗은 놋투구와 갑옷, 쇠로 만든 창날로 무장하고 있었다.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할 때 오로지 다윗만이 골리앗과 맞짱 뜬다. 왕은 다윗에게 갑옷을 내주지만, 다윗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며 갑옷을 거절한다. 다윗은 돌멩이 다섯 개를 골라 돌팔매질로 골리앗의 이마를 맞히고, 재빨리 거인의 칼을 빼어 목을 벤다.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트로피처럼 들고 돌아온다.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미켈란젤로에 비해 턱없이 작고 숭고미에서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바로크의 세계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골리앗에게 돌팔매질을 하기 직전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그 자체로 완결된 조각이다. 반면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골리앗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역동적인 순간을 담았다. 흔히 바로크 미술은 르네상스 그림 속 인물을 운동시킨다고 할 만큼 드라마틱하다. 핵심은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우리로 하여금 화면 밖에 누가 있는지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바로크의 유동·생성하는 우주관, 즉 상호작용성이라는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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