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 아레스와 아테나의 전투, 캔버스에 유채, 146×181㎝, 1771년, 루브르미술관
아테나와 아레스는 둘 다 전쟁의 신이다. 아테나가 지혜로운 전쟁의 신이라면, 아레스는 좀 무지한 전쟁의 신이라고 할까! 아테나가 도시와 문명을 수호하는 전쟁을 주관한다면, 아레스는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전쟁을 주관한다. 아테나는 자유와 정의를 구현하는 수호천사요, 아레스는 폭력과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미치광이 싸움꾼인 셈이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모두 제우스의 자식들이다. 아테나는 헤라의 눈을 피해 제우스가 혼자 낳은 딸이다. 그녀는 그리스 전역, 특히 파르테논(Parthenon·그리스어로 ‘처녀의 집’이라는 뜻) 신전에서 열렬히 숭배받았다. 이렇게 잘난 누나 아테나에 비해 아레스는 영 인기가 없었다.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정실 자식이다. 외모는 황홀한 수준이었으나 성격은 양아치 같았다. 그래서인지 제우스는 물론 헤라에게도 미덥지 못한 아들이었으며, 아프로디테에게도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못난 연인이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따르면, 아레스는 제우스로부터 총애받는 아테나를 시기했다. 아레스는 노골적인 편애를 받는 아테나를 헐뜯고 다녔고, 이를 알게 된 아테나에 의해 죽지 않을 만큼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더욱이 아레스는 뚜렷한 명분 없이 전쟁에 참여해 살육을 즐겼는데, 이를 제지하기 위해 나선 아테나에게 두 번이나 패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다비드가 그린 이 그림은 트로이 전쟁터를 배경으로 왼쪽에 부상당한 아레스가 땅에 주저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아테나가 그를 굽어보며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 용맹과 힘을 상징하는 붉은색 망토를 두른 근육질의 아레스와 순결과 지성을 상징하는 흰옷의 아테나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쟁에서 무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아테나가 아레스를 압도하고 있는 것! 위에는 아레스를 응원하는 오직 한 여자 아프로디테의 안타까운 모습도 보인다. 두 신의 대결은 야만과 폭력은 결국 지혜와 정의에 제압된다는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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