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미술관에 가면 모나리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걸작이 있다.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성 안나와 성모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정신분석학자 S 프로이트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분석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미술평론가들은 통상적으로 이 작품을 세 인물의 기묘한 결합과 자유로운 움직임, 얼굴에 매우 부드럽게 퍼진 명암, 그리고 스푸마토(sfumato·‘연기’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회화에서 공중에서 사라지는 연기같이 색깔 사이의 경계선을 부드럽게 옮겨가게 하는 방법) 등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아기 예수를 희생양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지극히 모성적인 마리아와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딸의 행위가 부질없다고 만류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상식적인 수준을 토로한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유년시절 친모와 양모 사이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부드러운 표정의 할머니 성 안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세 살과 다섯 살 사이에 아버지 집으로 가기 전 그를 기른 생모 카테리나의 재현이고, 젊은 마리아는 의붓어머니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기묘하게도 성모의 어깨에서 둔부로 이어지는 푸른 치맛자락의 윤곽에서 “무의식 속에 숨겨진 하나의 이미지”처럼 ‘독수리’의 형상이 나타나 있다는 점을 밝혀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 안나와 성모자’, 1508~12년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독수리를 의식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이집트 모성신인 독수리 형태를 한 무트(Mut)가 수컷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해 수태를 하며, 스스로 남성 성기를 가진 자웅동체라고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이집트 신화를 상세히 알고 있었고, 처녀생식을 하는 모성신에 대한 환상을 꾸며냈다고 추리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사생아라고 생각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을 버렸던(나중에는 받아들였지만) 미운 아버지를 제거한 셈이다. 그림을 통해서나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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