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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두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김혜민씨가 찍고 다시 내가 찍어 남긴 두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2019. ⓒ임종진


아끼는 지인이 며칠 전 먼 여행길에 나섰다. 아마 지금쯤이면 커다란 배낭에 한 짐 가득한 여행보따리를 꿰차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옛스러운 골목길을 돌며 동네 주민들과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듯싶다. 출국 전 일부러 찾아온 그녀의 표정은 기대심에 잔뜩 부푼 어린 소녀처럼 맑고 화사했다. 1년 정도 생각하지만 끝날 즈음이 되어 혹시 마음이 내킬 경우 귀국일을 훨씬 뒤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에 무조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르라고 등을 떠밀었다. 


오래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로운 여행자로 살아갈 꿈을 꾸어온 것을 잘 알기에 드디어 실행에 옮긴 그녀의 선택과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한 장 찍어드릴게요!” 악수를 나누고 떠나기 전 그녀는 가방 속에서 작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냈다. ‘찰칵’ 소리와 함께 금방 내 손으로 만져지는 사진 한 장의 느낌이 반갑고 고마웠다. 여행하는 내내 관광객이기보다는 현지 주민들과 마음을 섞고 싶다는 그녀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꽤 훌륭한 도구가 될 일이었다. 뒤를 이어 나도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 얼굴. 30대 후반의 전문직 여성이 지인들 대부분의 만류(?)를 무릅쓰고 가진 모든 것을 털어버리며 떠나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생의 길 위에 선 그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한 10년쯤 지난 뒤 이 두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펼쳐놓고 틔워낼 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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