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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비빌 언덕

지난 5월 경기 양평의 한 폐공장에서 열린 발달장애 작가들의 ‘SPRING’ 전시장을 찾은 비덕 최정은씨. 2019. ⓒ임종진


가만히 한 사람의 이름을 ‘바라본다’. 그녀를 아는 사람 대부분은 본명인 ‘최정은’보다 ‘비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 뜻이 꽤 알차다. ‘비빌 언덕’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얘기이다. 그녀의 품 넓은 언덕은 보통 밥상 위에 펼쳐진다. 건강한 식재료를 모아 온갖 정성으로 빚어낸 음식들이 마치 예술작품인 양 고고한 자태를 발광한다. 바라보는 순간부터 밥상을 물리게 될 때까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 밥상 앞에 선 사람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주며 어루만져주기까지 하는 느낌을 예외없이 받는다. 세월호 유가족, 국가폭력 고문피해자들을 포함해 사회적 그늘 아래 힘겨워하던 더 많은 이들이 그랬다. 그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밥상, 사람을 절로 행복하게 하는 치유의 밥상이다.


지난 5월 경기 양평의 한 폐공장에서 열린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전시회에서 비덕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날 이미 참여작가들과 전시장을 찾은 이들을 위해 푸짐한 밥상을 제공했던 그녀는 이튿날 다시 전시장을 찾아 작품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단지 밥 한 끼 대접하려는 것이 아니라 온 맘을 들여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래서일까.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바라보게 된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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