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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달빛 없는 밤

“산타클로스, 당신이 오기 전에는 삶이 달빛 없는 밤 같았습니다.” 한 편의 시 같은 이 말은 사진 작품의 제목이다. 이탈리아 사진가 안드레아 알레시오의 작품을 보고 어느 큐레이터가 붙여줬다. 어쩌면 우리는 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산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타는 신보다 더 친근하고 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어김없이 일 년 단위의 기다림을 선물해준다. 그러므로 그는 그리워하기 위해 존재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어두운 밤을 가로질러 찾아올 산타가 아니라, 오지 않을 그를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을 위해 반짝인다. 따지고보면 달빛조차 없는 듯한 삶이 싫어 우리는 영원히 산타를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드레아 알레시오, Before You, Santa Claus, Life Was Like a Moonless Night, 2002

 

알레시오는 산타가 올 무렵마다 이탈리아 북동쪽의 작은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이 소박한 기다림들을 촬영했다. 기다림의 흔적은 작고 희미한 불빛으로만 빛난다. 창가나 마당 한쪽, 길거리 작은 나무에서 반짝이는 성탄의 불빛들. 그것은 어두운 길을 안내하는 별빛처럼 끝모를 긴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작가는 최소한의 불빛만이 남을 때까지 기다린 뒤, 오랫동안 카메라 조리개를 열어 이 기다림의 불빛을 담았다. 영어에서 사진의 사전적 의미는 ‘빛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알레시오의 사진은 빛으로 그려내는 기다림을 찬미한다.

 

한 해가 저무는 달빛 없는 밤, 우리는 여전히 당신이 오기를 기다린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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