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프 움브리코, 2006년 1월26일, 플리커의 일몰 사진에서 얻은 54만1795개의 태양 중 일부.
페넬로프 움브리코는 인터넷 시대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이미지들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중견 작가다. 홈쇼핑의 상품 책자, 이베이와 같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 등의 이미지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상품 이미지들이 우리를 어떻게 유혹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미지의 덫에 걸린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작가에게 대량 생산된 이미지들은 가짜의 세상을 믿게 만드는 속임수이거나, 우리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의 산물이다.
그녀가 플리커라는 사진 공유 사이트에서 캡처해온 태양 사진들은 이런 작가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사이트에 올라온 일몰 사진들을 다운받아 그 사진 속에서 오직 태양만을 포토샵으로 잘라낸다. 그 뒤 앨범 사진처럼 작은 크기로 뽑아낸 태양들을 전시장에 몇 천 장 단위로 다닥다닥 붙이고서는, 그녀가 사진을 출력하던 날 플리커에 올라온 일몰 사진의 숫자와 함께 소개한다. 이를테면 2007년 9월25일에는 230만3057장이던 것이 2011년 2월20일에는 873만221장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이렇듯 인터넷 세상에서는 놀라운 속도로 태양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양은 어디에나 뜨지만, 스스로가 마주한 황혼녘 혹은 동틀녘의 특별함을 붙들어 두기 위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태양들을 인터넷에 띄운다. 특히 영원, 낭만, 뜨거움, 새 출발 등 포장된 말들은 지난 섣달그믐 혹은 새해 첫날에도 우리로 하여금 태양을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그러나 페넬로프 움브리코의 작업은 우리를 그토록 뜨겁게 만드는 태양이 전자장치에 힘입어 차갑게 박제화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저마다 강렬한 태양을 한자리에 모아두면, 우리가 얼마나 강렬하지 않게 길들여진 이미지들을 반복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시 태양은 하나일 때가 멋있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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