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안보관광, 2013
안보를 관광하는 것이란 도대체 뭘까. 안보관광은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안보와 가장 관련이 있는 비무장지대 지역이나 임진각 등을 둘러보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 혹은 외국인들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둘러보는 것은 아니니 관광이나 여행이라는 말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파주를 중심으로 경기도와 강원도의 인근 지자체들은 이 안보관광에 꽤 열을 올리는 눈치다. 전쟁의 불안을 가장 뜨겁게 안고 있는 군부대 밀집지역이라는 편견을 깬 역발상이라고나 할까.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강조한 관광 활성화로 휴전선 인근의 도시들은 오히려 더 활기를 띠는 것 같기도 하다.
임태훈의 ‘안보관광’ 연작들은 안보와 관광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의 조합에 대한 시각적 목격담이다. 대형 주차시설에 각종 체험시설까지 갖춰진 이곳에서 나들이 차림의 관광객들은 기념촬영에 몰두한다. 이곳까지 찾아온 목적이 탁 트인 풍경 때문인지, 안보교육을 위한 단체 수학여행인지, 외국인들의 노골적인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진 속에서 분단의 흔적들은 위기를 박제시킨 상품으로만 존재한다. 마치 동물원의 맹수들이 귀엽고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임태훈의 사진 속 안보관광지들은 볕 좋은 날 계모임 떠나기에 좋은 장소처럼 비칠 뿐이다.
그리하여 친근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헌병 마스코트에 걸터앉아 휴대폰에 빠져 있는 남자아이는 안보는 어찌하여 안보 자체가 아니라 관광이 되었으며, 그 관광마저도 왜 지루한 것이 되었는지를 묻게 한다. 언론은 툭 하면 북한이 오늘 새벽에라도 쳐들어올 것처럼 떠들어대는데, 정작 휴전선 인근은 여전히 걱정 없이 놀러오라고 손짓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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