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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경계의 땅

 

심학철, 두만강변의 조선군인, 2010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지 못한 풍경은 슬퍼 보인다. 산인데 오르지 못하고, 강인데 건너지 못하면 그것은 분명 순리를 거스르는 어떤 사연을 갖게 마련이다. 그런 사연들은 대개가 사람 탓인데, 한번 만들어내고 나면 사람도 어찌하지 못한다. 자연을 볼모로 삼은 이념과 국경의 장벽들은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주변 삶을 옥죈다.

 

심학철의 ‘경계의 땅’은 이런 연유로 넘나들 수 없게 된 두만강변의 풍경에 관한 작업이다. 지린(吉林)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3세인 그 또한 쉽사리 강을 넘을 수 없기에 그는 늘 강 저편의 북한 땅을 바라볼 뿐이다. 강 이쪽 편은 큰물이 지나갔는지 흙이 파여 나갔지만 얼핏 보기에는 나무가 울창한 고즈넉한 강변 풍경이다. 그러나 강가에 앉아 사색을 하듯 사진 속 강 건너편을 들여다보면, 멀리 강 저편으로는 민둥산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강가에는 점처럼 두 명의 군인이 인적을 남긴다.

 

풍경을 섬세하게 재현하기 위해 노출 시간이 긴 중형 카메라를 썼음에도, 멀리 보이는 군인들은 마치 몰래카메라로 서둘러 찍은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의 사진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흔들림이 없고 견고한 풍경 속에서 이념 혹은 사람의 흔적은 이처럼 덧없이 작게 더부살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내부를 본다한들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북녘 땅에 대해 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기도 하다. 무덤덤하고 선연해 보이는 그의 풍경은 깊은 마음의 그늘을 남긴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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