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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대명항

유례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 지쳐 있는 요즈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탈출하고픈 마음일 게다. 기다렸던 태풍은 아쉽게도 한반도를 비껴가고 어느 지역에 소나기가 내렸다는 소식이 부럽게만 들린다.

시원한 소나기가 그리워지는 요즘, 얼마 전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 찾아갔던 대명항이 새삼 그리워진다.

 

처의 본가가 김포에 있어서 겸사겸사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집사람과 함께 김포시 서쪽 끝자락에 있는 대명항으로 향했다. 강화도를 연결하는 초지대교 전방에서 우측으로 연결되는 도로로 빠져나오면 대명항이 나온다. 대명항 앞에 놓여 있는 강화해협은 강화도와 김포 사이에 남북방향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어 그 모양새가 꼭 강(江) 같다고 해서 ‘염하강(鹽河江)’으로도 불린다. 대명항은 규모가 아담하여 소박한 어촌의 풍취가 물씬 풍겨져 나온다. 입구로 들어서면 앞뒤로 주차장이 놓여 있고 그 중앙에 기다랗게 어판장이 놓여 있다.

 

어판장 앞에 주차를 하고 포구로 발걸음을 향한다. 썰물 때라 물이 빠져 펄이 된 염하강의 너른 강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드러난 펄 위로 여러 척의 어선들이 서로 엉켜 있어 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작은 포구의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고깃배들 뒤쪽으로 강화도를 이어주는 초지대교가 긴 수평선을 그려놓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탓에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먹구름은 회색빛의 펄과 어우러져 눈앞의 풍경은 온통 회색빛이다.

 

시계가 탁 트이는 바닷가 풍경을 뒤로하고 앞서 지나쳤던 어판장에 들어선다. 중앙에 넓은 통로를 두고 좌우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이름이 충남호, 계룡호와 같이 모두가 배 이름이다. 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선주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가게 이름이 배 이름과 같단다.

 

그런 이유로 갓 잡은 해산물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밴댕이와 소라가 제철인지 모든 가게마다 잔뜩 쌓아 놓고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어판장 옆에는 함상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군함과 구형 전투기, 장갑차 등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들과 함께 전시되어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함상공원 옆에는 평화누리길이라고 씌어 있는 조형물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덕포진을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지는 14㎞ 구간 둘레길의 시작이다. 염하강 변에 설치된 철책을 끼고 강 건너 강화도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흔적이 배어 나오는 길이다.

 

아담한 포구와 함상공원, 둘레길까지 곁들여 있는 대명항.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꼭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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