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에 반응하는 잉크를 사용했어요. 신체로부터 나온 열기가 모이면 신체 아래 숨은 이미지가 드러납니다.” 2018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현대커미션 작가로 선정된 타니아 브루게라가 터빈홀에 설치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바닥에 눕거나, 손을 댄다. 그들의 온기가 바닥에 닿으면 비로소 형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몸이 닿은 부분의 형상으로 보일 뿐이다. 바닥 아래 숨겨진 내용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하다. 내 몸 하나로는 전체를 드러낼 수 없다.
작가는 사람들의 온기를 모아야만 전체가 보이는 이 작품이 우리가 살아 있는 시간을 은유한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가 서로 알지 못한다고 해도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반영”이라고 말한다.
타니아 브루게라, 2018, 테이트모던 퍼포먼스 장면, (Guy Bell/Rex/Shutterstock ) ⓒ현대커미션, 테이트 모던
그는 이 작업에 참여하는 관객들이 “우리는 어떻게 이민자를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 사회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떻게 협상할 수 있는가” “우리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와 만나기를 기대한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부당함’이라고 답변한 그는, 최근 여러 예술가, 활동가와 함께 모국 쿠바에서 예술적 표현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에 저항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고, 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더 나은 쿠바,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과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켜나가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는 30년째, 이렇게 ‘행동’ 중이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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