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기부의 계절이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후원자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로 시작하는 메일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보다 조금만 후원금을 늘려준다면, 더 많은 이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부독려의 문구가 무겁다.
뱅크시, 얼마나 무거운가, 2015, 혼합재료, 90×38×42㎝ ⓒ뱅크시 (출처 www.choose.love)
12월 초,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는 그의 작품 한 점을 난민 구호 단체 ‘사랑을 선택하자’에 기부했다. 난민들이 배에 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일종의 장난감이다. 그가 2015년에 약 한 달간 운영한 ‘음울한 테마파크 디즈멀랜드’에 설치했던 이 작품은, 관객이 동전을 넣으면 비로소 ‘지중해 보트 연못’ 안에서 움직였다. 폐관 직후 디즈멀랜드의 자재들을 난민 수용소로 보냈던 그는, ‘꿈의 보트’라는 푯말이 붙은 이 작품을 난민을 돕기 위한 후원금 마련 행사에 보냈다.
‘기부’와 더불어 뱅크시의 오리지널 작품을 획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런던의 ‘난민 돕기 팝업 매장’이나 온라인 사이트(www.choose.love)를 통해 최하 2파운드를 기부한다. 그러면 당신은 작품의 무게, 즉 배의 무게를 추측하여 적어낼 수 있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면, 그만큼 더 ‘추측’해볼 수 있다. ‘무선 조종할 수 있고, 최고 속도 3노트에, 배터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난민으로 가득 찬’ 이 배의 실제 무게에 가장 가까운 답을 제시한 기부자가 바로 이 ‘꿈의 보트’를 소유한다.
현재 이 내용을 올려놓은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는 배의 무게를 추측하는 다양한 댓글이 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배의 무게가 물리적 무게인지, 도덕의 무게인지, 양심의 무게인지, 사회적 부담인지를 두고 많은 말을 쏟아내는 중이다. 무게를 추측해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니치 표준시로 12월22일 오후 8시까지다.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