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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알고 있는 세계 너머

알리시아 크와다, 라인랜드(LinienLand), 2018, 취리히 하우스 콘스트럭티브 미술관 설치전경, ⓒ알리시아 크와다

 

새해,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하고,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 상공에 도착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작은 천체의 궤도 진입에 성공할 때, 미국 우주선 뉴호라이즌스호는 태양계의 경계에 있는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 2014 MU69, ‘울티마 툴레’에 접근했다. 행성과 위성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아끼는 우주항해술 ‘중력도움(flyby)’ 비행을 시도하며 눈사람 모양의 울티마 툴레 사진을 찍어 보낸 뉴호라이즌스호는 역사상 태양계의 가장 끝에서 이루어지는 첫 중력도움 비행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태양계 형성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담고 있다는 이 소행성은, 알려진 세상의 경계에 있는 땅을 일컫던 ‘울티마 툴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렇게 새해맞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새로운 도전은 우주 곳곳에서 펼쳐졌다.

 

폴란드 작가 알리시아 크와다에게는 ‘현실’ 자체가 미지의 세계다. 특히, 우리가 늘 회전하고 있는 둥근 돌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다. 배우긴 했지만 전혀 의식할 수 없는 지구의 자전, 공전은 작가에게 알고 있는 세계 너머의 무엇이다. 그는 ‘미지의 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관계들, 특히 시공간과 중력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예술의 이름으로 시각화했다. 45억년 세월의 압력 끝에 탄생했을 돌을 행성 모양으로 다듬고, 강철을 갈고 닦아 행성계를 만든다. 그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온 다른 크기의 ‘행성’을 3차원의 격자 구조물 곳곳에 배치하여 지금 여기, 아니면 우주의 끝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평행우주를 떠올린다. 그 안에서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이미 알고 있는 돌과 철로 만든 이 시스템은 이제 “내 작품은 내가 이해하기를 멈추는 지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작가의 말을 따라, 알고 있는 세계 저편의 문을 연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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