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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데이터의 오류

이은희, 콘트라스트 오브 유어스, 2017, 2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43초. ⓒ이은희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 왔어. 선명함의 세계에서 뒤편으로 떠밀리고 사라진 주인공들의 논픽션이지.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선명한 시각을, 확실한 생각을,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알고자 하지.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그물망을 만들었어. 그리고 제2의 눈을 만들어 모든 것을 바라보도록 하지. 다음 발을 어디에 내디뎌야 할지 가늠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나 이는 여기 주인공들에겐 아무 소용없는 것이야. 왜냐하면 그들은 보여지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지. 그들은 우리의 그물망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우리의 데이터베이스 속에 살지 않기 때문이야.”


이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따라간다고 했다. 내 얼굴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카메라가 왼쪽, 오른쪽, 위아래, 심지어 앞뒤로 움직이며 나를 따르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그’가 카메라를 보았을 때, 카메라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지만, 다른 사람이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서자, 언제 멈추었나 싶게 다시 ‘얼굴’을 쫓았다. 기계는 ‘그’를 ‘사람’으로 읽어주지 않았다. 그는 ‘흑인’이었다.


또 다른 ‘그’는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 자동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정부 웹사이트에 증명사진을 업로드했다. 자동시스템은 몸을 바르게 세우고 카메라를 정면에서 응시한 그의 사진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후, 여권 신청을 거부했다. 자동시스템이 보기에 그의 눈은 감겨 있었다.


기술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무심하게 ‘정보’로 바뀌어 세상을 떠돈다. 거대한 정보의 일부가 되어 그 안으로 사라지거나 변형된다. 때로는 정보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이은희는 디지털 정보시대에서 기록되고 분석되고 이미지로 재구성되는 개인의 존재를 보면서, “정확도를 향해 질주하는 기술의 치명적인 오류” 내지는 불손한 의도를 목격한다. 


일반화되는 데이터의 오류 사이로 무언가 새어나가고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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