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자파, ‘사랑은 메시지, 메시지는 죽음(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 2016, 비디오, 7분25초 ⓒArthur Jafa, Gavin Brown’s enterprise, New York/Rome.
7분간, 우리 눈앞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들의 삶이 흐른다. 작가 아서 자파 혹은 어떤 개인들이 기록하거나 매스컴이 포착한 영상 안에는 마틴 루서 킹, 마이클 조던, 마이클 잭슨처럼 명성 높은 흑인, 인권을 보장받고자 거리로 나선 흑인, 영웅이 된 흑인, 체포당하는 흑인, 공격당하는 흑인, 춤추고 노래하는 흑인, 결혼하는 흑인, 대통령이 된 흑인이 있다. 그들의 일상은 행복과 분노의 감정을 넘나들고 핍박과 혐오를 거부하는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춤과 음악이 충만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아우른다.
“음악은 우리 흑인이 완전히 자신을 실현시킨 공간입니다.” 흑인 예술가 아서 자파는 흑인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복음성가에 영감을 받아 만든 힙합 트랙 ‘울트라이트 빔’의 속도 위로 이 순간들의 클립을 올려놓는다. 미디어에 반영된 흑인의 삶이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정체성과 인종을 무심코 추측하는 태도가 만연한 현실을 고발해온 그의 시선이 한 흑인의 목소리를 빌려 튀어나온다. “우리는 외계인이 아니야.” ‘우리’는 실존적·정치적·영적 차원에서 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흑인 교회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과 피크니 목사의 추도식에 참여한 버락 오바마의 모습이 보인다. 대통령은 범죄자를 용서한다는 유족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이 미국 사회에 내린 ‘은혜’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한때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노예를 실어 나르던 배의 선장이었으나, 성공회로 개종한 후 노예 폐지론을 지지한 영국인 존 뉴턴이 작사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흑인 대통령의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신 그분의 은혜는 얼마나 놀라운가.”
작품 제목 ‘사랑은 메시지, 메시지는 죽음’은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대표적인 남성 작가로 찬사를 받았으나 앨리스 브래들리 셀던이라는 본명을 갖고 있었던 여성 작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소설 ‘사랑은 운명, 운명은 죽음’에서 가져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