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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브릭 하우스

시몬 리, 브릭 하우스, 2019, 브론즈, 5m(사진: Timothy Schenck. ⓒThe High Line).


모타운 레코드의 간판 그룹 코모도스가 1977년 발표한 ‘브릭 하우스’에서 제목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벽돌집, 그녀는 힘이 넘쳐요”라는 가사가, 여성은 깨지기 쉽고 연약한 것이 아니라 강하고 견고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작가 시몬 리의 마음과 닿았을 뿐이다.


5m 높이에 이르는 조각상 ‘브릭 하우스’는 6월 초, 도시재생의 이상적인 사례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파크 위에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허드슨 강변의 초대형 재개발 프로젝트 허드슨야드와 맞물려 주목도가 점점 높아져 가던 하이라인파크는 공공미술 커미션 프로그램 ‘좌대’를 계획하면서 이 장소에 산책코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현대미술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고, 이 시대의 기념비적인 조각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출발한 ‘좌대’는 첫번째 작가로 시몬 리를 선정했다.


촘촘히 땋아내린 콘로 머리를 하고, 돔 형태의 토르소를 가진 흑인 여성의 흉상은 건물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하이라인 위에서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다. 그간 인종, 역사, 젠더, 특히 흑인 여성의 경험에 방점을 찍은 사회적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시몬 리는 여성의 노동이 지역사회에서 그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세라믹,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이야기해왔다. 그는 서아프리카·남미의 전통적인 오브제와 건축의 구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여성의 주체성을 형상화한다.


이 인물이 특정한 누군가를 지시하지 않기를 바란 작가는 ‘브릭 하우스’의 ‘눈’을 지웠다. 이 여성의 몸은, 그저 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이기도, 찻주전자이기도 하다. 공공의 장소에서 흑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브릭 하우스’는 18개월간 하이라인파크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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