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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라파엘로의 숨겨놓은 연인

라파엘로는 서른일곱에 미혼으로 죽었다. 당대 인기화가로 교황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교황의 주선으로 만난 질녀를 마다하고 짧은 생애 동안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라 포르나리나’라는 여자다. ‘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라는 뜻으로, 그녀의 본명은 시에나 출신의 마르게리타 루티(Margherita Luti)다. 라파엘이 로마에서 일하던 12년 동안 그의 정부로 지낸 여자다.


라파엘로, 라 포르나리나(젊은 여인의 초상화), 1518~1519년, 목판에 유화, 60×85㎝, 로마 국립고대미술관 소장(출처 :경향DB)


르네상스 미술사가 G 바사리에 따르면 “라파엘로의 성품은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서 짐승들까지도 그를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라파엘로의 자화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여리고 섬세한 외모의 소유자였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미소년 같은 품새는 여성들의 모성본능을 꽤나 자극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른 나이에 사망한 이유를 두고, 과도한 애정행각 그러니까 성욕을 자제하지 않은 결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르게리타 루티가 있었다.


한편으로 이 그림은 ‘라 포르나리나’라는 제목 이외에 ‘젊은 여인의 초상화’라고도 불린다. 이런 제목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 이후이기 때문에 마르게리타 루티를 그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화가와 여인이 분명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는 라파엘로가 로마 귀부인들이나 쓰던 화려한 터번을 두른 초롱한 눈빛을 지닌 여인의 왼팔에 마치 큐피트의 사랑의 리본처럼 ‘우르비노의 라파엘로(RAPHAEL URBINAS)’라는 서명을 남기고 있다는 점, 왼손 약지에 은밀하게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점이 그렇다. 더불어 배경에 비너스를 상징하는 은매화 나무와 세속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모과나무를 배치했다는 점은 두 사람의 애정의 밀도를 능히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이 여인은 비슷한 시기에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나 종교화 속 여성들과도 매우 닮아 있어, 둘의 사이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음이 자명해 보인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