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 기원전 2세기, 루브르미술관, 파리(출처 :경향DB)
수년 전 루브르미술관에서 목격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날 놀라게 했다. 몇 번째 루브르를 방문했지만 한번도 이 반쯤만 엎드려 누운 여자(?)의 실체를 제대로 목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너스인 줄만 알았던 이 여자는 사실 헤르마프로디토스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남녀추니, 어지자지, 즉 양성체의 인간이다.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다. 제우스가 태어난 프리기아의 이다산에서 님프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란 그는 15세에 세상 구경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살마키스라는 호수의 요정이 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버렸다. 살마키스는 그를 소문난 미소년인 에로스로 착각하고 열렬히 사랑고백을 한다. 자기를 애인으로 삼아달라고, 그렇게만 한다면 죽음도 불사하겠다고. 그러나 아직 사랑이 뭔지 몰랐던 소년은 자신에게 구애하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살마키스가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뺨에 입맞추기 위해 목을 껴안았으나 그는 비명을 지르고 도망갔다. 그녀는 소년이 맑고 시원한 호수에서 목욕을 하는 것을 애타게 지켜본다. 불타오르는 정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는 뒤로 다가가 소년의 가슴과 등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었다. 소년은 강하게 저항하며 사랑의 쾌감을 거절했다. 마침내 그녀는 그를 껴안은 채 외쳤다. “신들이시여! 이 남자가 제 몸에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얼마나 기도가 간절했던지 신들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둘은 한몸이 되었다. 성애의 절정에 다다른 순간 한몸으로 붙어버렸던 것이다.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상체는 거의 엎드린 자세지만, 하체는 3분의 2를 열어놓고 있다. 이런 포즈야말로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는’ 예술작품의 핵심이다. 그녀의 어깨에서 둔부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발길을 돌리기 전 흘낏 되돌아보자 기막히게 낯선 물건이 들어온다. 성기가 달린 아름다운 여자!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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