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앤드 파운드 프로젝트
표면이 지워지고 부식된 사진 속에 두 사람이 있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얼굴에는 코와 입이 지워졌고 눈만 간신히 보인다. 반대로, 다른 이는 눈 주위가 지워졌고 간신히 입만 보인다. 둘은 연인 사이일까, 아니면 부녀일까?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다정한 한때가 담긴 사진은 그들에겐 분명 소중한 추억일 것이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사진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해 현장에서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비록 망가진 사진이지만, 누군가의 추억이기에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사진을 주인에게 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and Found)’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수집된 사진들은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재촬영해 색인파일 시스템으로 만들어 검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는 게 프로젝트의 요지였고, 무려 1만9200장의 사진이 주인을 되찾았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건 집과 도로 등 물리적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쌓은 시간과 기억들도 함께 부서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무너진 가운데 사진을 되찾는 일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은 마법처럼 옛 기억 속으로 우리를 되돌려 놓는다. 그 모든 것이 떠내려가도, 붙잡아야 할 소중한 추억이 사진 속에 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