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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뮤지엄 리그


마우리치오 카텔란, 뮤지엄 리그, 2018, 각 182.9×20.3㎝(36장) ⓒ메이드인카텔랜드


옛날에, 독일 출신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요새,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모든 사람이 컬렉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야심찬 아이디어에 뿌리를 둔 소소한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예산이나 수장고에 대한 고민 없이도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도록 그는 하루 한 개 포스팅을 한 뒤 다음날 삭제해서 결국 매일 한 점의 ‘작품’만 전시하고, 한 점씩 배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고, 메이드인카텔랜드의 웹사이트에서 자화상을 활용한 ‘얼간이 죽이기’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뉴욕의 구겐하임, 바젤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베를린의 함부르크 반호프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함께 ‘모두를 위한 예술’ 파일럿 프로젝트 ‘뮤지엄 리그’를 선보였다.


축구팀을 소유할 재력은 없지만, 사랑은 넘치는 이들이라면, 구단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응원에 몰두할 일이다. 카텔란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에 모여 축구 사랑을 표현하고 응원하는 것처럼 아트 러버들이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뮤지엄의 상징성을 담은 스카프를 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제 “미술관은 공동체 의식, 정체성, 열정, 믿음, 자부심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예술 공간이 있으며, 이를 지지하고 소속감을 나누고 싶어 한다”.


작가는 이 스카프 작품 ‘뮤지엄 리그’가 일상의 미술 애호가와 극소수의 컬렉터 사이에 놓여 있는 전통적인 장벽을 허물 수 있기를 바란단다. 더 나아가 예술이 예술에 대한 기존의 견고한 관념을 넘어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남들은 ‘아트상품’이라고 부를 법한 스카프를 ‘예술’의 이름으로 ‘뮤지엄숍’에 배치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시대가 바뀌고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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