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Futuristic Archaeology, 2014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 미래에 대한 온갖 예측이 난무한다. 분명한 건 우리가 지금 함께하고 있는 숱한 직업, 음식, 복장, 풍경, 날씨 등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언어와 인종까지도. 그 소멸한 대상의 상당수는 멀고 가까운 미래에 어쩌면 박물관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라진 문화를 유물로 만들 때 힘의 논리도 작용할까. 과거 아프리카와 이집트 문명을 기꺼이 자신들의 안방으로 들여온 서구처럼. 더 극단적으로는 누군가는 그 박물관 안에서 전통을 재현한다는 명분으로 살아가게 될까. 파리에 살고 있는 이대성의 ‘미래고고학’은 이처럼 조금은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몽골 풍경이다. 하필 왜 몽골일까. 급속한 사막화와 도시화로 유목의 전통이 거의 멈춰버린 이곳이야말로 인류가 처한 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몽골은 지난 30년 사이 850개의 호수와 2000개의 물줄기가 말라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이대성이 작업을 풀어가는 방식은 눈속임에 가까울 만큼 단순하고 경쾌하다. 먼저 실제 유목민을 찾아가 그들의 생활 방식이나 터전을 촬영한 뒤, 그 사진을 커다랗게 출력해 배경 화면으로 삼는다. 그러고는 그곳이 마치 박물관의 디오라마 풍경이라도 되는 양 유목민들에게 배경에 어울리는 행동을 재현하도록 부탁하는 식이다. 그들의 현실 세계 속에 실사 출력한 이미지 한 장만을 추가했을 뿐인데, 사진은 덕분에 미래를 예측하는 또 다른 옴니버스 구성을 갖는다.
명료한, 그러면서 눈요깃거리가 풍부한 이 사진을 위해 그는 먼 길까지 가서 사진을 출력한 뒤 다시 트럭에 싣고 돌아오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그도 거의 유목민이나 다름없는데, 미래에 사진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바뀌려나 모르겠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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