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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바닷가의 두 여인

에드바르 뭉크, 바닷가의 두 여인, 1933~1935, 93×118㎝, 캔버스에 오일, 뭉크미술관 소장


에드바르 뭉크의 개인사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의 중요한 근거로 언급된다. 그가 5세였을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14세였을 때 누나 역시 같은 병으로 사망하고, 여동생은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였지만 가족을 살리지 못했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버지도 뭉크가 26세 되던 해 사망했다. 6년 뒤 남동생이 30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이제 그의 가족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 태어난 여동생뿐이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광기의 씨앗을 물려받았다. 나의 요람을 지켜보고 있던 것은 병과 광기와 죽음의 검은 천사들의 무리였다. 그들은 그 후에도 줄곧 나의 생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류머티즘, 불면증으로 고통받았던 그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면서 80세까지 살았다. 화폭 안에는 붙잡지도, 지우지도 못할 통증의 세월이 스며들었다.


흰옷을 입은 채 바다를 응시하는 여인 옆에 앉은 검은 사람의 퀭한 시선이 화면을 무겁게 누른다. 흑백의 대비가 강렬한 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젊음과 늙음, 생과 사, 희망과 좌절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대비를 본다. 바다 위로 길게 드리워진 달그림자에 시선을 던진 여인을 따라, 바다 너머로 쏟아지는 마음을 본다. “젊음은 한때이고, 생의 끝에 만나는 죽음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않으니 사사건건 분노하지 말고 담담하게 살자.” 여인은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 두려움과 통증이야말로 생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던 뭉크의 그림 속 여인이라면, 차분한 모습 안에 외려 이런 목소리를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통증과 분노의 원인을 잊어선 안된다. 외면해선 안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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