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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반 고흐의 자기생각

빈센트의 의자(Vincent’s Chair)/ 1888년/ 캔버스에 유채/93×73.5㎝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이것은 반 고흐의 얼굴이다. 이 그림은 아를시절 고갱과 함께 옐로하우스를 꾸미려던 반 고흐의 심정을 그대로 전해주는 가슴 찡한 작품이다.



소박한 의자가 붉은색 격자무늬 타일의 초라한 실내를 배경으로 놓여있다. 특히 자신의 것이었던 이 의자는 시골 카페와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의자였다. 물론 반 고흐는 거칠고 소박한 것밖에는 살 수 없는 처지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그가 추구했던 성직자 같은 검소함을 드러내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이 의자는 온통 노란색으로 두껍게 칠해져 있어 아를의 선명한 여름 낮을 상기시킨다.



소나무로 만들어진 단순하고 낡은 싸구려 의자 위에는 그에 걸맞게 파이프와 담배쌈지가 놓여있다. 특히 담배는 반 고흐의 최고 사치품이었다. 칼뱅교 신자답게 하루 한 끼 정도의 식사에, 겨울에도 동저고리 바람으로 다닐 만큼 금욕과 절제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던 그에게 담배 피우는 일이 유일한 사치였던 것이다.



의자 뒤 상자에서는 싹이 난 양파가 자라고 있다. 이는 새롭게 시작한 자신의 삶에서 자라나기를 바랐던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리라. 더군다나 서명을 좀처럼 하지 않던 그가 상자에 자기 이름까지 새겨 넣었다. 아를에서 화가로서의 다짐과 의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그가 절실히 위안받고 싶어했다는 의미도 된다.



사실 이 의자는 역시 반 고흐가 그린 ‘고갱 의자’와 쌍을 이루는 것이다. 두 의자는 아를 시절 고갱과의 공동생활 역학관계를 가장 적확하게 드러내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는 상반된 방식, 애정과 라이벌 의식, 오이디푸스적인 감정, 자학성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반 고흐는 두 개의 의자를 통해 고갱은 높이고 자신은 낮추었다. 고갱의 의자를 봐야 이 그림이 더 잘 이해된다. 고갱 의자는 다음주에!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