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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철원역

강원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 철원역 터의 끊어진 철로 위에 겨울눈이 쌓여 있다. 철원. 2011. ⓒ임종진


철원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다. 6·25전쟁 당시 폐허가 된 뒤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제국주의 일본이 이 땅을 강점하던 시절 지어져 그들을 위해 쓰였음을 역사는 모르지 않는다. 서울 용산에서 시작해 북녘땅 원산까지 223.7㎞에 이르는 경원선의 중간역이자 금강산 내금강까지 116.6㎞ 철로의 시발점으로 남과 북을 아우르는 교통요지였다. 당연히 그 시기 건설된 모든 철길의 이용목적에 ‘걸맞게’ 철원역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80명에 이르는 역무원들이 종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한반도 전역에서 수탈한 물자들의 반출처이자 일본 본토의 배를 불리는 젖줄기로서 그 역할이 참으로 지대했을 터다. 땅을 빼앗은 이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땅을 빼앗긴 이들은 절망의 눈빛으로 머문 자리. 땅은 되찾았으나 갈라진 반도 한가운데에서 쓰임새를 잃은 지 오래인 자리.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몇 해 전 어느 겨울날 철원역 터에는 적막한 쓸쓸함만이 가득했다. 여러 연결 선로들이 얽힌 흔적만이 이곳이 기차역이었음을 알게 할 뿐이었다. 


괜한 상념으로 서성거리던 걸음은 칼로 자른 듯 뚝 끊긴 철길 앞에 이르러 저절로 멈추게 됐다. 쌓인 눈에 덮인 탓에 겨우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땅을 잃었던 그 시절 바로 여기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을 이들이 상념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자리를 가벼이 스쳐가기엔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다. 몇 해 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그 자리에서 왜 그들을 떠올렸을까. 다시 제국주의 망령이 춤을 추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이 기억이 되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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