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23일. 자신을 고문했던 505보안대를 찾은 5·18유공자 이성전씨가 36년 만에 지하 고문실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딛고 있다. ⓒ임종진
“저게 뭐이냐믄 나를 의자에 앉혀 묶어놓고 몇 시간씩 벽을 보게 하고 고문하던 그 자리요. 암튼 밤낮으로 맞고 터지고 그랬으니께! 참말로 나도 여그서 죽겄구나 싶응거이 반항은 생각도 못혔제.” 한 낡고 오래된 건물 지하계단에 내려선 이성전씨(70)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시의 기억을 토로했다. 몇 해 전 자신을 고문했던 ‘505보안대’를 처음 찾아간 그는 훼손되고 억압되던 ‘자기’를 직면했다. 칠성판에 묶인 채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으로 몸서리치던 자신을 36년 만에 다시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80년 오월 당시 시민군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505보안대, 상무대 영창들을 오가며 온갖 고문수사를 받았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고문에 의한 뇌졸중으로 몸의 반쪽까지 마비된 상황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일에 매진해 온 이씨는 최근 다시 절망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얼마 전 오월정신을 폄훼하는 일부 정치권력자들의 국회 발언이 알려진 직후였다. 그는 ‘부서진 몸이라도 벌떡 일으켜 역사의 진실을 남기는 일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지팡이를 쥔 손에 불끈 힘을 주었다. 겨우 삶의 의지를 회복해 가던 터에 또다시 분노와 좌절감으로 치를 떨게 된 것이다. 진실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신의 몸을 강제적으로 유린당했던 이들에게 회복의 이유이자 살아갈 명분이다. 내년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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