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아크릴 펜(24×24㎝)
뿔이 났습니다. 온몸에서 나도 모르게 하나둘씩 뿔이 불쑥불쑥 솟아났습니다. 처음에는 조그맣고 몰랑거렸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크고 딱딱하고 날카로워졌습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화가 날 때마다 뿔은 점점 더 커지고 많아졌습니다.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느긋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은 해보지만, 갑자기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화를 다스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여기저기 솟아나 있는 이 보기 싫은 뿔들은 이제 나의 얼굴이 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화낼 일이 줄어들었을 때, 뿔들이 닳고 닳아서 둥글둥글해지거나 부서져서 작아졌을 때, 그때서야 다시 나의 본모습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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