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델은 로댕과의 폭풍 같은 사랑을 ‘샤쿤탈라’(1888)에 담았다. ‘샤쿤탈라’는 인도의 전설에 나오는 유명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샤쿤탈라와 그녀의 남자가 마술에 걸려서 헤어지는 불행을 겪다가 니르바나에서 다시 만난다는 내용. 클로델은 자신의 연애를 두 남녀가 서로의 몸을 부드럽게 탐닉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극적인 순간으로 묘사했다.
클로델은 이 작품을 통해 로댕을 완벽하게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색정광인 사티로스의 모습을 한 남자가 여자에게 제 꼬리를 내어준 장면이다. 알다시피 짐승들은 꼬리를 잡히면 영락없이 주인의 손아귀에 들어오고 만다. 어떤 철학자는 사랑하면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어찌 인간이 소유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사실 로댕은 클로델을 자신의 뮤즈로 사랑했지만, 조강지처와도 같은 로즈 뵈레를 버릴 수 없었다. 로댕은 두 여자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했고, 급기야 클로델이 먼저 그를 떠나버렸다.
클로델의 재능은 분명 탁월한 것이었지만, 로댕의 그늘이 너무 큰 탓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로댕이 자기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며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로댕을 거부했다. 결국 우울과 피해망상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사실 그녀가 그렇게 된 데에는 로댕 탓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열정과 타협할 줄 모르는 단호한 성격 등도 한몫했을 터이고, 여성조각가를 창녀 취급하던 시대적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클로델을 정신병원에 방치했던 어머니 탓이 크다. 클로델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해도 좋다는 전갈을 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정신병원에 머무는 동안 클로델은 단 한 점의 작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 고흐가 정신병원 원장의 도움으로 치료 중에도 그림을 그렸던 것에 비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그것은 순전히 클로델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녀는 매일매일 생각했다. ‘내일은 꼭 이 병원에서 나가고야 말 거야!’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