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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섬뜩하지만 왠지 볼매!

혐오와 공포를 야기시키는 대상은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욱 매혹의 위력을 갖는다. 여기 시선을 사로잡는, 흉하지만 어쩐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초상화가 있다. ‘토니나’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얼굴에 온통 털이 난 소녀 안토니에타 곤살부스. 그녀는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시작한 1572년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페트루스 곤살부스는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 출신으로 선천성 다모증으로 얼굴은 물론 손과 팔 등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 파리로 건너와 난쟁이와 광대를 좋아했던 앙리 2세의 궁정에서 음악과 미술, 문학, 라틴어를 배우며 자랐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 아름다운 네덜란드 여인과 결혼, 네 명의 자녀를 낳았다. 자식들은 모두 아버지의 질병을 물려받았다.



 라비니아 폰타나, 안토니에타 곤살부스, 16세기 (출처 :경향DB)




여성화가 라비니아 폰타나 데 차피스(1522~1614)는 1577년 네덜란드 섭정 여왕이자 파르마 공작부인인 마르그레테의 궁정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해부터 화가는 곤살부스의 어린 딸 토니나의 초상화를 그렸다. 귀족들이 입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소녀의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여성이었기 때문일까.


곤잘부스 가족 그림의 가장 큰 소장자는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였다. 그는 정치를 멀리한 채 오직 예술과 건축, 연금술에 관심을 가졌던 왕으로 프라하의 왕궁에서 유명한 학자들의 학술자료와 기이한 예술품을 모으며 지냈다. 루돌프 2세에게 마치 괴물처럼 생긴 곤살부스의 가족은 신이 부여한 창조의 질서를 벗어난 본보기이자 자연의 오류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였을 것이다.


곤살부스 가족은 유럽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물론 평생 전리품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특별히 선호되었던 토니나는 전 유럽의 왕궁과 귀족들의 집에 초대받으며 광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것이 그들의 잔혹한 운명이었다.



유경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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