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댁 할머니가 눈물을 머금은 채 동진씨의 외할머니 최서운씨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 2019. 4. 전남 광양시 진상면 섬거리. ⓒ하동진
가슴에 ‘쿵’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내용설명이 없어도 고스란히 감동이 밀려왔다. 남들이 찍은 사진을 수없이 보아 왔고 그래서 익숙했던 기존의 감흥들과는 밀도가 꽤 달랐다. 시큰해진 콧잔등을 가린 채 이 사진을 찍은 하동진씨(36)와 이야기를 나눴다. 동진씨는 87세의 고령에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외할머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몹시 안타까웠다. 문득 고향집 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외갓집을 찾는다.
사진은 그 집 앞에서 오래도록 야채노점을 해온 광산댁 할머니(79)가 대뜸 외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울먹이는 모습의 찰나를 찍은 것이었다.
동진씨는 평생 언니동생으로 우애를 나눠 온 두 분의 ‘애틋한’ 순간을 지켜보면서 뭉클한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아마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을 직감하셨던 것 같아요.”
평소 ‘열린의사회’의 해외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영정 촬영 등을 해온 동진씨는 사람들의 삶에 흐르는 따뜻한 모습들에 반해 계속 카메라를 들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빈곤의 그늘 아래에도 해맑고 순수한 영혼들이 많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광산댁’으로 불리신다는 동네할머니의 촉촉한 두 눈이 꽃향기처럼 가슴에 눌러앉았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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