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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오늘하루

한 청년의 웃음을 품은 시선

자신의 인생경로를 바꾼 한 청년이 있다. 마음이 서니 행동이 뒤따랐다. 우선 들어가기 어렵다는 외국계 대기업의 정규직 자리를 미련 없이 박차고 나왔다. 주변 지인들의 염려 가득한 만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는 설명으로 대부분 ‘설득’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서울 홍대 앞 KT&G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작들 중 하동훈씨의 12m짜리 대형 걸개 사진 ‘웃음을 품은 시선’을 관객들이 보고 있다. ⓒ임종진

 

그는 굴레와 격식에서 벗어난 가뿐한 몸으로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이끌리는 곳이 있으면 떠날 날을 정하지 않고 머무는 일도 잦았다. 특히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감이 주는 느낌에 큰 감동을 얻은 ‘부르키나파소’에서의 경험은 또 한번 청년의 인생 방향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졌다. 1년을 넘게 머물며 매일같이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던 어느 날 그는 세상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강한 성찰의 시간을 체험했다.

 

그때까지 단순히 여행기념 정도로 생각했던 그의 카메라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이 이루어 내는 감동의 순간들을 담아내는 일기장으로 탈바꿈했다. 걸음이 미치는 곳 어디나 사람들 곁으로 먼저 다가섰고 그의 존중심 가득한 몸짓에 반응한 사람들은 양팔을 벌려 반겨주었다. 청년은 지난해 가을 필리핀의 여러 빈민 지역들을 방문했다. 고단한 현실보다는 생명의 존엄성을 우선하는 그의 시선은 그가 만난 주민 60명의 환한 얼굴로 빚어진 12m짜리 대형 걸개사진과 여러 형상들로 구현되었고 지금 전시의 형태로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그의 시선을 보는 오늘, 나 역시 더없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곁지기’ 사진가로 불리길 원하는 그의 이름은 ‘하동훈’이다.

 

<임종진 사진치유자·공감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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