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미술관으로서 독보적 위치를 지닌 사비나미술관의 전시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 전(2017).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위기 이후의 새로운 환경이 언급된다.
그렇다면 생활방역이 일상화된 이후 미술 전시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술의 존재방식에 관한 담론을 거쳐야 하는 과정의 지난함이 놓인 현실과 개념 및 표상, 시각과 정신을 한 몸으로 삼는 게 미술이기에 확언하긴 어렵지만 ‘온라인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개최가 무산되자 곧바로 온라인 뷰잉룸을 열어 상업적 가능성을 타진했다. 의외로 성과는 좋았고, 오프라인 페어의 대안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우저 앤 워스와 같은 대형 갤러리들 또한 본격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며 인터넷을 이용한 작품 감상과 매매의 보편화를 예고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국내외 랜선 기획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적 전시 개념에 도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 보조수단에 머물던 인터넷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예술체험과 향유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더 이상 미술은 특정 공간에서 접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인식의 확산과 맞물려 시민들에게 더욱 다양한 형태의 문화 혜택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부쩍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24일부터 휴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투어 영상을 SNS에 올리는 데 이어 관장이 직접 대표 소장품 12점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대미술관에서 근대미술을, 그것도 딱히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었으나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예술과 대중 간 ‘거리 좁히기’에는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 전시를 VR(Virtual Reality)로 구현해 일찌감치 가상현실 미술관으로써 독보적 위치를 점해온 사비나미술관을 비롯해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온라인 매체를 통한 예술향유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전시가 없는 여타 미술관은 직무유기로 비칠 정도로 전시환경의 전환은 급격하다.
아직은 실제 작품을 접할 때의 감동과 분위기를 온라인이 대신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온라인 전시가 늘수록 오히려 오프라인 전시의 의미와 역할에 주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 및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여러 시도는 분명 코로나19 이후 전시에 관한 또 다른 표준과 규칙을 가늠케 한다. 그렇기에 미술의 현재는 재편될 미래의 과거인지도 모른다.
<홍경한 |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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