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이 복합적인 인상을 풍긴 지 오래다. 호텔보다는 저렴하지만, 여관보다는 촌스럽지 않은 곳. 여기에 세심하게 준비한 성인 용품과 주차장 가림막에 힘입어 모텔이라는 말 앞에는 늘 ‘러브’가 생략된 것처럼 여겨졌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모텔 밖에서는 동침이 불가능한 이들이 찾아오는 욕망의 해방구 혹은 사랑의 도피처. 요즘에는 모텔도 진화해서 혼텔족이 찾는다거나 친구들끼리의 파티가 가능한 이색 공간이라는 수식도 따라붙는다. 이렇든 저렇든 모텔은 넓지만 정작 내가 소유한 공간은 없는 갈 곳 없는 대도시에서 사생활이 보장된 하룻밤짜리 사적 공간인 셈이다.
Shu-Chen Chen, ‘After’ 연작 중, West Side Story
이색 모텔 문화는 대만도 예외가 아니다. 수첸첸은 체크아웃이 끝난 직후의 모텔 방을 수년 동안 기록했다. 대부분은 방값이 꽤 비싼 러브 모텔이다. 숙박업체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 카마수트라 그림으로 벽을 도배한 방이 있는가 하면, 복싱 경기장처럼 연출한 방도 있다. 노란색 스포츠카까지 공수해 나름 복고풍 뉴욕 거리를 흉내 낸 사진 속 방의 이름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비록 아주 잠깐 세 든 방일지라도 그 속에 내가 꿈꾸던 세상까지 펼쳐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첸첸의 사진 속 모텔 방은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대개는 남성적이다. 덕분에 몽유도원 같은 방을 나서는 순간, 그들은 뜨거운 축제의 온기로 희망을 채웠을까. 아니면 더욱 초라해진 마음으로 현실로 되돌아왔을까. 모텔 방 천장의 야한 듯 우울한 듯 묘한 색감의 보라색 하늘만이 주인공들의 진짜 줄거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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