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오로지 맨몸으로 바닷속을 터전 삼는 흔치 않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문화재가 그렇듯 무형의 문화유산들은 경이롭되 현실에서는 점점 시들해져 간다. 실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많은 문화들이 사라질 위기에 있어 유네스코는 보존이 필요한 문화들의 목록을 별도로 관리할 정도다. 유네스코의 이번 지정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해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면서도 혹시 화석화될지 모를 그네들의 미래를 보는 듯해서 두려운 건 이 때문이다.
김흥구, 우도 비양동, 2010
다행히 김흥구의 ‘좀녜’는 이런 조급함과 불안감을 조금은 누그러뜨려 준다. 좀녜는 해녀의 제주도 방언인데, 최근 갤러리 류가헌에서 김흥구의 좀녜에 관한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만들고 전시로도 선보이고 있다. 김흥구가 해녀들을 촬영한답시고 무작정 제주를 드나들기 시작한 건 20년 전, 여비도 배짱도 넉넉지 않던 대학 시절이었다. 당시 숫기 없는 젊은이의 눈에 비친 해녀들은 다부진 생활력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늙어가는 해녀, 사라질 운명 등의 수식이 붙은 판에 박힌 사진이 찍히지 않은 건 실제 해녀들의 삶이 청승맞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책 없는 자신을 수양아들 삼아 끼니와 잠자리를 챙겨줄 만큼 정이 많은 해녀도 만났고, 제주 바다가 좁다며 원정 물질을 나서는 상군 해녀도 만났다. 그사이 청년이었던 사진가는 가장이 되었고, 해녀를 넘어 4·3항쟁의 흔적을 좇는 강단을 갖춰갔다. 김흥구의 ‘좀녜’는 해녀들의 일상에 관한 진득한 보고서이지만 뭍에서 온 젊은이를 사진가로 길러낸 해녀들의 넉넉함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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