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놀라는 경외의 장면들이 있다. 예전에는 거대한 피라미드나 사라진 아즈텍 유적처럼 짐작 가능한 기술력을 넘어서는 건축물이 당연 이런 불가사의에 속했다. 그것은 모래폭풍이 이는 사막에 뼈대를 세우는 식의 신비스러움마저 갖췄다. 요즘에는 이런 감동을 엄청나게 크고 정교한 규모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흡사해져 가는 인공지능 같은 데서 찾는다. 인간 복제 혹은 인간을 능가하는 두뇌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은 물질의 세계가 아닌 차가운 사이버의 세계에서 경이로움을 찾게 만든다.
조춘만, 인더스트리 코리아
그러나 조춘만은 전혀 다른 차가운 곳에서 예전과 다른 스펙터클함을 불러낸다. 그곳은 심지어 늘 관심밖에 있었을 뿐 몹시 일상적인 중공업 현장이다. 그의 사진에서는 거대한 불똥 아래서도 생산에 여념이 없는 산업일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 몸속 못지않게 조직적으로 짜여진 산업 시설의 웅장함만이 있을 뿐이다. 설비의 정교함,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속 구조물들은 노동과 수출이라는 말에 붙박힌 산업 현장에서 전혀 다른 경관을 목격하게 만든다. 스스로가 그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살았던 덕분에 그는 이런 장소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이해하고 넘나드는 드문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대안공간 ‘지금여기’에서 선보이는 그의 사진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유기체를 가장 극적인 각도에서 보는 듯한 장관을 선사한다. 그래서 중립적이라기보다는 탐미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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