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용, 인천공항 교통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2013·12·19
현장이라는 말은 참 애매하기도 하고 쓰임새가 많기도 하다. 나에게 현장은 사진 혹은 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그런 내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진가들 중에는 또 다른 ‘현장’을 드나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현장은 집회나 시위, 파업 등이 일어나는 곳이다. 내가 서 있는 현장의 잣대로 보면 그런 사진가들 상당수는 실속을 못 차리는 이들이다.
여차하면 사진가가 아닌 활동가로 오인받기 일쑤고, 자신의 사진이 인정이라도 받을라치면 현장에 있는 이들의 파국에 빚진 듯해서 마음이 가시방석이다. 이미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순간 현장에 대해 작게라도 개입했기에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천적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들이 현장에 대해 가지는 애증만큼이나, 내가 현장사진가에 대해서 가지는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택용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장사진가다. 언제부턴가 거의 모든 현장에 그가 있기 시작했다. 그 현장에서의 기록을 추려 류가헌에서 전시를 열었다. 루쉰의 글에서 빌려온 전시 제목은 ‘잠의 송(頌)’. 현장에서 목격한 한뎃잠의 모습들이다. 크레인부터 사무실 복도나 풀밭까지 벼랑 끝에서 싸우다 지친 이들의 잠든 모습은 현장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가볍게 배반한다.
‘잠은 모든 사람을 덮어 그들을 따뜻하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라는 루쉰의 말과 달리 사진은 잠마저도 평등하지 않은 오늘을 날카롭게 찌른다. 정택용은 밤의 위안마저도 사치가 돼버린 이들이 세상과 벼르기 위해 마지못해 외박에 나선 곳이 바로 현장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이고 진솔하고 탄탄한 내용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택용처럼 건강한 현장사진가를 목격해야만 하는 현실은 달갑지가 않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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